나는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는 바울의 고백이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핵심적인 구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고백은 단순히 종교적인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매일같이 비대해지는 나를 십자가에 같이 매달아 버리는 처절한 자아 삭제의 과정이다.
당시 바울은 당대 최고 학파 출신의 엘리트로서 유대교 지식을 독점한 사람이었다.
구약 성경의 율법과 유대 전통에 깊은 지식을 가졌던 그는,
스스로를 학문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결점이 없는 자라 자부했을 것이다.
즉, 그는 사회가 인정하는 완벽한 스펙과 비대해진 자아를 달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세상이 말하는 정답들 돈, 학문, 지식, 그리고 서로를 비교하고 경쟁하며
쌓아 올리는 학문이라는 바벨탑을 정답이라 믿으며 자신의 그릇에 남김없이 주워 담았던 것이다.
그릇 안에 담긴 내용물이 얼마나 오만하고 더러운 쓰레기인지,
그릇 안에 갇혀 있던 그는 절대로 알지 못했다.
사탄이 주인 노릇을 하는 이 세상 권세 속에서,
모두가 비대해진 에고를 가진 채 서로가 서로를 마취시키며
그것이 정답인 양 착각 속에 살아갔기 때문이다.
전부가 서로를 속이고 속아버린 상태에서,
바울 역시 자기가 살아온 방식이 유일한 정답일 것이라는 확신 속에 깊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 비대해진 자아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임을 알아버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자신의 학문과 지적인 교만함,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정답들이
전부 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허무한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다메섹 길 위에서 다가온 예수님의 빛을 마주하자마자 그의 육신의 눈은 멀어버렸다.
역설적이게도 세상에 미치도록 빠져 살았던 자기 자신에 대한 지독한 회의감이 몰려왔다.
그는 사흘 동안 그 충격 속에서 처절한 회개를 이어갔다.
목구멍에 아무것도 넘기고 싶지 않을 만큼,
영혼의 밑바닥에서부터 자기를 죽이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진실을 마주하고 그릇 속의 쓰레기 같은 내용물을 전부 다 비워버리는 과정,
그것이 바로 '자아의 삭제'다.
바울은 이 다메섹의 사건을 통해 자신이 자랑으로
여겼던 모든 세상의 스펙을 배설물처럼 여기는 법을 배웠다.
흔히 사람들은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쉽게 구원을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한 가지 간과한 치명적인 사실이 있다.
바울은 자신이 '실제로 온몸으로 겪은 처절한 생존 수기'를 서신서에 적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그의 입장에서 영접이란, 압도적인 빛 앞에 영혼이 초주검이 되고
삼 일간 밥 한 모금 넘기지 못한 채 평생 쌓아 올린 에고가 완전히 박살 난 사건이었다.
부활을 진실로 목격했으니, 그의 세계관이 문자 그대로 찢겨 나가며
그 처절한 회개 속에서 예수님을 주님이라 고백한 것이다.
자기가 그렇게 변했으니 당연히 그것이 구원이라 생각하고 썼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날 일반 성도들은 거대한 착각 속에 산다.
바울이 피를 토하며 쓴 그 생존 수기에서 겨우
"입으로 시인하면 구원을 받는다"라는 몇 구절만 쏙 빼내어 박제해 버렸다.
당시에 입으로 예수 믿는다고 말하는 순간 바로 처형대였다.
그 고백 뒤에 깔린 자아의 삭제와 목숨을 건 삶의 전제는 모두 잘라낸 채,
그저 영접 기도 한 번, 입술의 말 한마디로 구원이라는 천국 티켓을 가성비 좋게 얻었다고 믿는다.
영혼의 핵전쟁을 겪은 사람의 고백을 가져다가, 방구석에서 얄팍한 말장난으로 소비하는 꼴이다.
실제로 지금 그러고 있다. 목사는 성도를 끌기 위해서
입술로 시인하면 무조건 구원을 받는다 그러고 있다.
열매가 맺혀야 한다?
당신이 나무가 아닌데 어떻게 열매가 맺히나?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안주하고 있다.
자아를 삭제하여 비어버린 그릇에는 새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는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좋은 내용물인지 확인해야 한다.
비대한 에고를 가진 세상의 속물들이 정해준 가짜 유행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올바른 가치를 다시 집어넣는 과정이다.
세상은 여전히 끊임없이 가짜 정답을 들이밀며 우리에게 바라는 것들을 요구하기에,
바울은 날마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죽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과거에 담았던 내용물이 사회가 만들어준
쓰레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상이 만들어준 '나'라는 존재를 내가 만들었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 가짜 나를 죽이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입술만 나불거리는 종교 쇼는 그만두자.
마지막으로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라.
당신이 믿는 부활은, 진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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